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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WSK 2004. 7. 2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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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보드게임이란?

게임에 관심 많은 게이머라면, 요즘 각종 매스컴에서 적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보드게임’ 에 관련된 기사를 접했을 것이다. 이미, 접하는 수준을 지나 나름의 매니아라 자부하며 오늘도 보드게임 정기 모임을 찾아다니고 있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자. 먼저 보드게임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생각한다면, 바둑, 장기, 고스톱, 포커 그리고 부루마불을 떠올리면 된다. 바로, 바둑, 장기, 부루마불처럼 어떠한 판(보드)을 두고, 그 위에 몇 개의 말을 올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하거나, 고스톱, 포커처럼 일정한 카드를 가지고, 역시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는 것들이 모두 보드 게임 범주에 들어간다. 카드로 진행하는 게임의 경우, 카드 게임으로 세분화해서 표현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간편하게 보드게임과 카드게임을 모두 보드게임이라 통칭해서 사용하겠다.

하지만, 지금 같은 보드게임 열풍(여기에 공감하기 힘든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보드 게임을 예전부터 즐기던 분들이나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불과 몇개월 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는 요즘의 인기는 열풍이라 표현해도 무방한 수준이다)은 바둑, 장기, 고스톱, 포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것들의 인기와 인지도는 분명 굉장하나, 분명 요즘 얘기되는 보드게임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보드게임들은 80년대 인상적인 만화 광고로 기억되는 씨앗사의 부루마불과 그 축을 같이 한다. 머리속에 그려지는 영상만으로도 바둑, 장기와 부루마불은 구분되지 않는가. 어찌되었건, 부루마불처럼 그렇게 주사위를 굴리고, 말을 진행하며, 땅을 사고, 돈을 지불하고, 상대를 파산시켜 게임을 끝내는 그런 게임들이 자그마치 1만가지다.

1만개. PC게임이나 콘솔 게임도 아닌 부루마불 같이 여럿이 함께 보여 플레이하는 오프라인 게임이 1만개? 분명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숫자다. 80년대 부루마불 말고, 졸리시리즈라고 또 다른 보드게임 시리즈가 있었다. 몇십개에 걸쳐 주기적으로 출시되며 요 몇년전보다 오히려 보드게임이 우리들 옆에 더 가까웠던 시절을 이끌었던 졸리 시리즈.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최근 몇년전부터 자취를 감춰가며, 동네 문방구에서나 우스꽝스런 제목의 과거 게임 패러디 보드 게임만 간간이 그 명맥을 유지해왔을 뿐이다.

지금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게임들이 바로 이러한 졸리시리즈나 부루마불 같은 게임들이다. 한데, 어째서 갑자기 이러한 보드 게임이 부활(?)하는 것일까. 보드게임이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PC게임이나 콘솔 게임은 그때보다 훨씬 멋져졌는데 말이다. 그 이유를 정확히 짚기는 힘들지만, 몇가지로 요약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먼저, 사람들간의 직접적인 만남에 의한 게임이 즐겁다는 점이다. PC나 게임기 앞에 붙어 앉아 서로 눈앞에 보이는 화면만을 응시한채 게임을 하는 것과는 분명 구분되는 즐거움이 바로 보드게임에 있다. 보드게임이 삭막한 이 세상에 단비같은 존재로,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게임이라는 식상한 멘트는 하지 않겠다. 과거에 비해 각종 게임의 커뮤니티 활동이 훨씬 활발해진 요즈음, 이러한 ‘다른 게임 깎아내리기식’ 장점 부각은 이치에도 안 맞을 뿐더러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어쨋건 보드 게임은 사람과 마주 앉아 직접 그들을 바라보며 게임을 진행한다. 이러한 경험과 재미는 확실히 다른 게임들과 구분되는 보드게임만의 장점이다.

둘째, 부루마불이 보드게임의 전부였다면 이처럼 인기몰이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1만개라는 보드게임 숫자에서 가늠할 수 있듯, 보드게임은 다른 게임 못지 않게 굉장히 다양하다. 부루마불, 분명 재미없는 게임은 아니지만, 그 진행이 운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만큼 진행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절대적이다. 주사위를 두개 굴려 나온 수가 7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동 루트를 대략 예측한다거나 하는 전략적인 사고가 가능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주사위에 의존하는 게임인 것이다. 과거 뱀주사위 게임이라 하여, 주사위를 굴려 일정한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게임의 그것과 시스템적으로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분명, 운에 의존하는 게임은 가볍게 즐길 수는 있으나, 그 생명력이 길지 않다. 운보다는 카드 외우고 적절한 타이밍에 내야 하는 고스톱이나 포커페이스라는 말이 나오는 일정의 허세게임 포커, 그리고 운이 아닌 완전 전략적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바둑, 장기, 체스가 이렇게 오랫동안 인기를 모으는 것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포커 페이스’에 집중하기 바란다. 돈을 걸고 하는 포커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면, 그리고 어떤 베팅액에 제한이 없거나 최대액수가 큰 게임의 경우, 포커는 단순히 카드를 손에 얻는 드로우 운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소위 ‘깡’이라 불리는 마음가짐, 즉 허세에 의해 게임이 결정되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보드 게임에서는 다소 전문적인 용어로 ‘블러핑’ 이라 부른다. 있어도 없는 척, 숫자가 높아도 낮은 척, 바로 상대를 속이기 위한 제스쳐와 표정 관리가 보드게임에는 있다. 플랫폼 게임에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요소가 바로 보드게임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조만간 소개할 ‘탑시크릿스파이’는 블러핑 게임이 어떤것을 뜻하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셋째, 보드게임은 뽀대게임이다. 온라인 게임도 그러하고, 콘솔 게임도 그러하고 이제 캐릭터나 그들이 하고 다니는 겉모습이 폼나지 않아서는 성공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모니터안에서만 폼나지, 실제 그들이 담겨있는 패키지 겉박스나 씨디 프린팅은 멋진 일러스트 이외에 실제로 폼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겉박스의 크기부터 압도한다. 일례로, 역시 조만간 소개할 ‘액시스얼라이언스’ 의 경우 박스크기만 유치원생 어린아이 만하다. 무게만도 2kg 이 넘어가니, 요즘같이 조그만 패키지 크기가 각광받는 플랫폼 게임의 그것에 비해 부피나 무게가 비교를 불허한다. 하지만, 가격은 패키지 게임과 비슷하거나 1 ~ 2배 수준이다.

그렇다면 안의 내용물은 어떠한가. 플랫폼 게임이야 소형화가 대세이고, 한정판같이 특정한 패키지가 아닌 이상에야 두툼한 매뉴얼과 멋진 씨디케이스, 프린팅이 전부이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기본적인 판에다, 각종 말, 그리고 다양한 화폐나 멋진 주사위 등이 하나 가득 들어있다. ‘액시스얼라이언스’는 2차 세계대전을 다룬 게임인데, 동맹군과 추축군의 병사, 탱크, 비행기, 함선등의 미니어쳐만 300여개다. 어릴적 가지고 놀던, 프라모델의 조그만 병사나 탱크 등의 그런 플라스틱 말이 자그마치 300 개란 말이다. 게임을 떠나, 이들을 보드위에 펼쳐놓고 감상하는 것만으로 그 가치는 패키지 게임의 그것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특히, 소장욕이 남다르다면, 보드게임은 또 하나의 악재로 영원한 재정 궁핍에 시달리게 할 만큼 내용물이 실한 게임들이 많다.

자세하게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테니 이쯤에서 보드게임의 장점 소개는 마무리 짓겠다. 열풍이란 표현까지 써가면서, 보드게임이 마치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 같이 얘기했지만, 실제로 아직까지 보드게임 하면 “부루마불?” 또는 “아예 그게 뭐야?” 라고 반문하는 게이머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경험해 볼만한 가치를 가진 게임 장르가 바로 보드 게임이다.

전세계적으로 카탄이 600만장이 팔렸다고 한다. 백만장만 팔려도 슈퍼 대박이라 불리는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보드게임이 6백만장이 팔렸다는 사실은 분명 그만큼 재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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